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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로잡은 한국 식당 6選

NaNo+AlphaGo 2012. 4. 11. 13:53

 

'한식세계화' 사업이 한창 추진되는 가운데 세계인들이 '우리 맛'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자제품이나 한류와 함께 음식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외국인들. 그들이 한국 음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나라의 문화 코드이기도 한 음식, 외국인들은 우리 음식의 어떤 점에 열광하는 것인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집 여섯 곳을 알아보았다. 물론, 이들 여섯 명의 외국인이 모든 외국인을 대표할 수는 없고, 또 여기 소개하는 여섯 곳의 식당이 외국인이 선호하는 식당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입맛과 외식취향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한식세계화의 현실적인 방안을 알아보는 기회도 될 것이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①서울 중구 명동 '복청(福淸)'

<복청>을 추천한 AIA생명 부사장, 아이반 책

 

처음 업무 때문에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아이반 책 씨는 한국의 갈비와 등심, 국수를 좋아한다. 점심시간이면 사무실 뒤에 있는 작은 국수가게에 자주 간다. 비록 작은 국수집이지만 편안하고 한국에서 최고일 정도로 국수 맛도 끝내준다는 것이 책 씨의 설명. 다른 나라에서 손님이나 친구들이 올 때, 직원들과 여럿이 식사를 할 때는 <복청>을 애용한다. 개인적으로 겉모양보다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책 씨의 취양이 <복청>과 잘 맞는다고 한다.


식사를 하기에 편한 음식점 환경도 <복청>을 자주 찾는 이유라고. 그는 한국 식당의 메뉴는 식당마다 특별해서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들어보고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점을 특이하게 여기고 있다. 또 외국인에게 한글로만 된 메뉴판을 주어 선택의 여지를 봉쇄당할 때 매우 슬펐다고. 그러나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나라 홍콩에도 한국 라면은 일상화된 음식이고 한국 식당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에 갔을 때 그곳마다 한국 식당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음식은 이미 세계화로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②서울 중구 명동 '백제 삼계탕'
<백제삼계탕>을 추천한 일본 건설회사 CEO 다카이 치요


일본 나고야에 살고 있는 다카이 치요(タカイジヨ)씨는 일본의 건설회사 사장이다. 그녀는 사업 때문에자주 한국에 온다. 한국에 오면 주로 명동 인근에 숙소를 정하는데 <백제 삼계탕>은 오래 전부터 그녀가단골로 찾는 맛집이다. 특히 이번에는 어린 딸과 함께 방문해 한국의 맛과 멋을 체험시켜주고 있다고한다. 2주 전에도 <백제삼계탕>에 들렀는데 오늘은 딸에게도 삼계탕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함께 왔다. 삼계탕을 찾는 이유를 묻자 어눌한 한국말로‘맛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특히 닭의 육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삼계탕을 아주 좋아한다고.


 

일본에는 이미 한국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서 누구나마음만 먹으면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을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접 한국에 와서먹는 맛은 왠지 좀 더 특별한 것 같다며 웃는다. 한국음식에 대한 불만과 식사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족스런 미소가 다카이 치요 씨 모녀의 얼굴에서 한동안 가시지않았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③서울 용산구 이태원 '고깃집'
<고깃집>을 추천한 호주인 방송인, 샘 해밍턴

 

TV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 한국인들을 웃기곤 했던 방송인이자 ‘개그맨’ 샘 해밍턴(Sam Hammington) 씨는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서울 이태원에 있는 고깃집인 ‘고깃집’을 강력 추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좀 더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온 샘 씨는 지금의 거주지인 이태원에 있는 ‘고깃집’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씩 들를 정도로 자주 찾는다. 가격이 저렴하고 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란다. 기자와 만난 날도 <교통방송> 동료 스태프들과 함께 ‘고깃집’의 갈비와 등심을 부지런히 굽고 있었다. 된장찌개도 그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 맵지만 고소하면서 건강에도 좋아 자주 먹는다고 한다. 대체로 한국음식은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건강식품이라는 것이 샘 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한국음식이 세계화 되려면 짜고 매운 맛을 줄여야 하고 한 그릇에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습관도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아직 한국음식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아시아권에서도 한국음식은 태국 일본 중국에 비해 뒤쳐진 것도 사실이라는 우리의 아픈 현실도 지적해주었다. ‘냉으로 먹을 수 있는 면 음식이 색다른’ 서울 한남동의 <동아냉면>도 자주 가는데, 친구들과 함께 꼭 가고 싶은 맛집이라고 한다. 영어가 짧은 기자를 위해 직접 달필인 한글로 의사표시를 할 정도로 샘은 한국어도 수준급이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④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딸기골'
<딸기골>을 추천한 대만인 유팅Yu Ting(오른쪽)과 태국인 뉴즈Newz(왼쪽) 커플


태국 방콕에 거주 중인 이들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태국은 더운 날씨 탓에 딸기가 나지 않아 한국 과일 '딸기'와 한국을 다녀온 친구가 추천한 <딸기골>분식의 ‘불고기 돌솥밥’을 먹기위해 방문했다고. 의류관련 사업을 하는 젊은 커플이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태국은 한류열풍이 대단해 한국 음식도 잘 알려진 편이다. 특히 드라마 ‘대장금’이 히트를 쳐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들 역시 태국에서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김치를 이미 맛보았다. 태국음식이 워낙에 맵기 때문에 매운 맛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고 정말 맛있다고 느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종종 현지 한국 식당을 방문한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삼계탕을 처음 맛보았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한국 식당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영어메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국제화된 도시인 방콕에는 거의 모든 음식점의 메뉴가 영어로 표기 되어있다고. 세계적으로는 태국음식이 한국음식보다 더 알려진 편인데, 이렇게 한국음식이 덜 알려진 데는 영어표기가 없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다양한 음식들을 접해봤지만 한국 음식이 가장 독특하고 마음에 든다는 이들. 앞으로 태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음식이 그리울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⑤서울 강남구 삼성동 '흑돈가'
<흑돈가>를 추천한 스코틀랜드 출신 직장인, 샘 레이미Sam Raimi


스코틀랜드 출신 샘은 현재 한국으로 파견 근무 중인 조사원이다. 한국에서 직장회식 때 먹은 삼겹살이 맛있어서 좋아하게 되었고, 이후 종종 고깃집을 찾는다. 그 중에서도 <흑돈가>의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었다고. 삼겹살에 소주를 반주로 즐길 만큼 한국 사람이 다되었다.


스스로는 삼겹살을 즐겨 먹지만, 기름기를 싫어하는 서양인도 많으므로 한국에 친구가 온다면 여러 가지 음식들을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빕스>를 추천하고 싶단다. 또 매운 맛이 강한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도 많으므로, 국제화 할 때는 매운맛을 좀 중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직 스코틀랜드에 한국 음식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캐나다에 거주했을 때는 한국음식과 레스토랑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자국인 스코틀랜드에서도 다들 맛을 본다면 좋아하게 될 만큼 한국 음식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건강식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음식점의 좌석이다.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좌식인 식당에 갈 때는 좀 힘들다. 입식테이블도 같이 갖췄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외국인이 좋아하는 맛집 ⑥서울 종로구 관수동 '조개촌'
<조개촌>을 추천한 영국인 교수, 찰리 브레넌Charlie Brennan


현재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영국인 찰리는 아시아의 문화가 좋아 서울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특히 한국 음식에 매료되었다.
많은 음식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갈비와 만두, 다양한 찌개 등을 즐겨 먹는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주로 갈비전문점을 데리고 가는데, 이유는 먹는 방법이 재밌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사교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개구이 집 역시 추천한다. 여자 친구와 매월 방문하곤 하는데, 갈 때마다 즐겁고 활력이 넘치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직 영국에서는 한국음식이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비빔밥’과 같은 메뉴는 세계화하기에 무리 없는 메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른 한국 음식에 비해 시각적으로 예뻐서 음식의 모양새를 중요시하는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가 느끼기에 한국음식은 복잡하다. 음식의 종류가 많은데다가 이를 먹는 방법이 처음 대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 이미 대중화된 미국식 중식과 인도음식, 태국음식이 단품 위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처럼 좀 더 심플하고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춘다면 충분히 국제사회에서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성공한 국제적 음식들이 각 나라에 맞춰 변화한 것처럼 한국 음식도 시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면 좀 더 사랑받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