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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Airbnb)가 ‘관광 난민’을 만든다는데?

NaNo+AlphaGo 2018. 7. 30. 10:22

월세 낼 돈 없던 두 청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


400만개 숙소 등록된 공유경제 대표 기업으로 성장


도시 임대료 올려 ‘관광난민’ 만드는 부작용도


집주인-관광객-주민 행복하게 하는 균형점 찾아야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 

두 청년은 머릿속이 복잡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갑자기 오른 월세를 내지 못하면 살 곳을 잃은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때 도시에서 열리는 산업 디자인 컨퍼런스 때문에 숙소가 동이 나서 사람들이 아우성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깔고 간단한 아침을 제공하면 손님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에어베드와 아침식사’(Air Bed and Breakfast)라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투숙객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덕분에 두 청년은 무사히 월세를 낼 수 있었다. 


두 청년은 이러한 경험에서 집안에 남는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 


숙소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여행객들에게 집 안에 남는 공간을 빌려주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구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끌어들여 함께 2008년 ‘에어비앤비’(Airbnb)를 창업했다. 


이 서비스는 모두 알다시피 대성공을 거뒀다.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이 됐다. 이제는 190여개국에 약 400만 개 숙소가 등록됐다. 빈 방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에 호스트가 몰렸다. 여행자들도 싼 값에 숙박을 해결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에어비앤비의 가치도 어마어마하게 높아졌다. 지난해 기준 310억달러에 달했다. 세계 어떤 호텔 체인도 에어비앤비보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다양한 도시에서 제공하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윈-윈’하는 것 같았던 에어비앤비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이 살 곳이 없어지면서 ‘관광난민’이 생겨났다. 


이걸 가리키는 ‘투어리트리피케이션’(Touritrification·Touristify와 Gentrification의 합성어)이라는 긴 단어가 새로 생기기도 했다.  


‘세계에서 집값이 비싼 도시’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뉴욕을 예로 들어보자.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고층의 빌딩들이 빼곡히 있는 뉴욕 맨해턴에서 살기 위해서는 매월 수천달러에 달하는 렌트비를 내야 한다. 


캐나다 맥길 대학이 2014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연구한 자료를 보면 맨해턴 지역의 월세는 최근 무려 700달러나 올랐다고 한다. 세입자들이 살던 집들이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공간으로 바뀌면서 맨해턴에서 집 구하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임대업을 하던 집주인들이 에어비앤비를 기반으로 전문 숙박업자로 돌아서면서 ‘빈 공간’을 잠시 빌려준다는 에어비엔비의 취지가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에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거구역에 관광객들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사회문제까지 겹치면서 반감은 더욱 심해졌다. 소음 등 관광객들의 ‘비매너’부터 성폭행, 몰카 등 관광객 대상 범죄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뉴욕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도쿄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른 도시에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한국도 서울 홍대나 북촌 등지에서 에어비앤비로 인한 혼란이 생기고 있다. 


그래서 몇몇 국가들은 에어비앤비를 강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올해 일본 정부는 2018년 6월 민박법을 시행하면서 허가받지 않은 민박들을 모두 에어비앤비에서 퇴출시켜 버렸다. 교토시는 한발 더 나아가 주거전용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만 공유숙박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어버렸다.


덕분에 올 여름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숙박 대란’이 벌어졌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일본 내 숙소 6만2,000개 중 80%에 달하는 4만개가 사라지면서 예약이 취소됐다.  


‘집 안의 남는 공간을 빌려줘 부가가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어비앤비. 여행 문화를 바꾸며 혁신을 일으키던 이 플랫폼이 변질되지 않으려면 결국 ‘공유’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수십개에 이르는 집을 사고 에어비앤비에서 변칙 숙박업을 하는 것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연유진·정가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