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필름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얘기하는 파지오 박사(左)와 김종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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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오=잇몸병을 방치하면 치아와는 전혀 다른 질병으로 고생을 한다. 예컨대 치주질환이 있는 3000여 명의 임산부를 임신 전에 치료하면 조산 등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을 년 6000만 달러 절감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당뇨병이나 심내막염 같은 질환도 치주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종관=하지만 치주질환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한국의 경우 치은염을 포함해 치주염 발병률이 90% 이상이다.
▶파지오=미국은 65세 이상의 50%가 치주질환으로 이를 뽑은 경험이 있다. 인구의 3분의 2가 년 1회 예방적 차원에서 치과를 찾지만 여전히 높은 발병률이다.
▶파지오=바이오 필름은 치아에 붙어 있는 수백만 마리의 세균 덩어리다. 바이오필름의 개별 세균은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화하면서 치아와 잇몸 표면에 매끄러운 표면을 형성한다. 특히 칫솔이 닿기 힘든 부위와 잇몸 주변, 치아 사이에 기생해 잘 제거되지 않는다.
▶김=치주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종류는 5∼8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박테리아가 2∼3개 또는 8개까지 조합을 이루며 막을 형성하면서 성장한다.
▶파지오=나쁜 박테리아는 서로 이웃에 위치하면서 결속하는 힘이 배가 된다. 항생제를 사용해도 파괴하기 힘들 정도로 단단해진다.
▶김=치태는 바이오 필름 위에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생성된다. 플라그가 두꺼워지면서 생성된 치석이 잇몸 안쪽으로 파고들면 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치주 인대와 치조골이 무너진다.
▶파지오=바이오 필름으로 염증이 발생하면 C-반응성 단백질 (C-reactive protein) 방출량이 높아진다. 이 방출량 수준은 심장질환이나 동맥경화를 미리 알 수 있는 예측인자가 된다. 치주병이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거꾸로 운동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해 C-반응성 단백질 수치를 낮추면 치주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김=백혈구와 세균이 싸우는 과정에서 엔자임(효소)·마커(C-반응성 단백질)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조직을 파괴하고 염증을 형성한다. 한편으로 세균이 직접 혈류를 타고 심내막에 달라붙는 경우도 있다. 심내막염의 원인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파지오 박사 얘기처럼 우리 몸에서 이런 염증관여 물질이 줄어들면 치주질환도 개선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당뇨환자가 혈당조절을 잘 하면 잇몸 염증물질이 줄어 잇몸병 치료가 쉬워진다.
▶파지오=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환자 교육이 중요하다. 즉 바이오 필름을 제거하는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검진이 그것이다. 요즘엔 박테리아 종류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항생제 종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강조한다.
▶김=칫솔질을 할 때는 치아 뒤쪽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어금니 쪽으로 갈수록 치아끼리 닿은 면적이 넓어 칫솔 접근이 어렵다.
▶파지오=바이오 필름은 24시간 내에 생성된다. 칫솔질을 안 하면 4일째 되는 날부터 바이오 필름이 군집을 이루고, 7일째엔 염증이 생긴다. 또 14일이 되면 염증이 악화되는 것이 확인된다. 바이오 필름은 오래 될수록 제거가 힘들기 때문에 매일 바이오 필름을 제거하는 등 구강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김=칫솔 선택도 중요하다. 최근 음파를 이용한 칫솔질이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파지오=음파는 초음파보다 낮은 대역의 음파 파장이다. 1분에 3만 회 이상 칫솔모가 움직여 음파 파장을 만들고, 여기서 발생한 공기방울이 치솔모가 닿기 힘든 치간과 잇몸에 파고들어 바이오 필름을 교란한다.
▶김=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데는 유전력과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칫솔질을 잘하고 정기 검진을 받아도 이른 나이에 이를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파지오=환자 중에는 부모가 꾸준히 구강관리를 해줬는데도 유치는 물론 잇몸뼈까지 망가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후천적으로 치아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칫솔질과 정기검진뿐이다.
▶김=맞다. 칫솔질 하나만 제대로 해도 국민의 삶의 질은 물론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