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꿈은 불로장생이다. 자기는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대에라도 실현되길 바랐다. 그래서 1873년에 세운 게 하워드 재단이다. 재단은 그때부터 전 세계 장수 혈통 집안을 골라 인위적으로 짝을 지어줬다.
노하우가 점점 쌓였고 장수 유전자를 골라 갖춘 '하워드 일족'이 생겼다. 30·40대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200살 전후인 사람들이다. 10만명 정도인 하워드 일족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자신들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다. 실체가 밝혀지면 장수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세력들이 이들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136년 마침내 하워드 일족의 정체가 발각돼 모두 붙잡혔다. 이들은 죽음의 위기 가운데 가까스로 우주선을 훔쳐 태양계 밖으로의 탈출을 시도한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미래사 연작 중 '므두셀라의 아이들'의 줄거리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므두셀라'는 장수의 상징이다. 수명이 969살이었던 그는 문헌상으로 인류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이다. 이번에 네덜란드 연구팀이 발견했다는 장수 유전자도 '므두셀라' 유전자라고 부른다.
술, 담배를 해도 므두셀라 유전자만 있으면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덴대학 엘리너 슬라흐붐 교수팀이 90세 이상 노인 3500명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질병이나 노화 관련 유전자가 남들보다 적지는 않았다.
- ▲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의 므두셀라 스테인드 글라스.
100세 이상 장수를 돕는 '므두셀라 유전자'로 꼽는 이유다. 노화·질병을 통제하는 이런 유전자들을 알아내 약을 만들면 므두셀라처럼 오래 사는 것도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오래 살 수 있는 시대가 과연 올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슬라흐붐 연구팀도 "단 하나의 장수 유전자가 있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 조합이 갖춰질 때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렇게 희귀한 유전자 조합을 갖는 경우는 1만명당 1명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화를 억제하는 복잡한 유전자 조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오래 사는 사람들이 지방과 포도당의 대사작용 형태가 일반인들과 다르고 피부 노화 속도가 느린 것도 모두 유전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인간 수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동물들이 대개 성장기의 6배 이상 살지 못하는 점을 들어 20세 전후가 성장기인 사람도 그 여섯 배인 120세 이상은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장수 인물은 122세까지 살고 1997년에 숨을 거둔 프랑스 여성 잔느 칼멍이다. 2001년엔 미국의 두 교수가 수명의 한계를 놓고 5억달러짜리 내기를 걸어 화제가 됐다.
스튜어트 올샨스키 일리노이대 교수는 130세를, 스티븐 오스태드 아이다호대 교수는 150세를 한계라고 주장했다. 둘은 각각 150달러씩 넣고 매년 일정액을 계속 더해 2150년까지 5억달러를 만들기로 했다.
2150년 1월 1일에 150세가 넘은 사람이 있으면 돈은 몽땅 오스태드 교수의 자손에게 돌아간다. 내기의 승패는 장수 유전자 연구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재생 등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