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Health/건강

[10 Less 10 More… 癌을 이기는 식탁]<4>김치는 모두 최고인가

NaNo+AlphaGo 2013. 3. 29. 13:52

‘소금김치’ 불편한 진실, 저염 김장-퓨전 요리로 뛰어넘자

가볍게 씻은 김치와 각종 야채 치즈 등을 이용해 만든 김치 케사디아.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인기 있는 김치요리로 알려져 있다.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의 한 김치공장 사장 B 씨(53)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모든 재료를 국내산만을 고집하고 깨끗한 제조 환경을 갖춰 ‘친환경김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배추를 절일 때 쓰는 소금 양이 늘 마음에 걸렸다. ‘저염(低鹽) 김치’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게 그의 꿈. 1990년대 2.5%였던 김치 염도를 2.0%까지 낮췄지만 발효와 맛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1.6%까지 낮추는 게 그의 목표. 하지만 수차례 실험 결과 절임 발효 맛은 예전 같지 않았다. ‘0.4%포인트의 비밀’을 푸는 게 그의 과제다.

국내에서는 요즘 저염 김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치 고장’이라 자처하는 광주는 최근 식품박람회에 이를 내놓았고 서울시도 저염 김치 요리교실을 연다.

정부도 1월 ‘김치산업진흥법’이 시행된 뒤 저염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김치 제조사들도 앞다퉈 저염 김치를 내놓고 있다.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평가받는 김치. 그 내면에는 ‘소금 김치’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김치, 저염만 이뤄진다면


최근 한 음식 파워 블로거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짜고 매운 것(김치)을 외국에 수출하려 하니 얼마나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이냐. 고추장 된장도 마찬가지다. 난 음식점에서도 김치를 물로 씻어 먹는다’라는 글 때문이다. 그의 블로그는 순식간에 항의성 글로 넘쳤다. 그는 ‘나트륨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전제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치를 끔찍이 생각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그대로 반영된 사례다. 얼마나 김치를 즐기면 외국에선 한국 남자를 ‘김치보이’라 부를까. 외화로 발행되는 국내 채권은 ‘김치본드’라 한다. 영미권에서는 사진 촬영 때 ‘치즈’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김치’라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김치 소비량은 123만8000t(2조3321억 원). 원재료 생산과 유통, 포장과 가공, 보관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방대하다. 국민 1인당 연간 김치 소비량도 28kg(2009년 기준)으로 쌀 다음이다.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가 김치를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즈콩(말린 콩 종류), 일본 콩 식품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도 높다.

하지만 이제는 재료를 절이는 방식이나 부재료인 젓갈 등에 포함된 고나트륨에 대해 스스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 대책을 마련할 때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하루 평균 먹는 나트륨(4800mg) 중 25∼30%는 김치에서 충당한다. 김치가 고나트륨 식단의 주범이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높은 기회비용, 즉 김치의 효능 때문에 이를 드러내놓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퓨전 김치요리를


김치에서 나트륨 농도를 낮추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절일 때 소금을 줄이고 젓갈 염도를 25%에서 10%까지 낮추는 공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범국민적 대책 이외에도 김치 식습관 개선을 위한 개인 노력이 중요하다. 백희영 서울대 교수(생활과학대)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인류가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이지만 짠맛에 대한 선호는 후천적”이라고 했다. 싱거운 김치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논지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김치를 담그는 가구 수는 2001년 68.5%에서 2010년에는 54.5%로 감소했다. 그 대신 국내 시판 김치 시장 규모는 매년 10% 정도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서 ‘가정표’가 아닌 ‘공장표’ 김치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저염 김치를 선호할 경우 사회 전반도 저염 김치로 변해갈 것이다.

먹는 방법도 달리할 수 있다. 이현규 한양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발효된 김치에는 각종 양념의 좋은 성분이 배어 있어 살짝 씻는다면 맛과 성분은 유지되되 저염 식단을 실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은 팬에 김치와 밥을 함께 볶아 먹는 식단도 경계 대상이다.

최민수 우송대 교수(외식조리학부)는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에 익숙해 있는 아이들에게 김치를 먹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간단한 퓨전 김치 요리로 아이 입맛도 사로잡고 건강과 김치산업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인기 있는 김치 케사디야를 추천했다.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