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10곳중 9곳 인공조미료 사용… 돈주고 성인병 사먹나요?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A 씨(47)는 매일 오전 6시에 집에서 나온다. 평일에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침을 ‘대충’ 때우고 점심, 저녁도 거의 외식이다. 그는 최근 심한 위염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대전 대덕구에서 공구센터를 운영하는 B 씨(51)는 중국음식 마니아다. 점심, 저녁을 거의 중식으로 해결한다. 식사 때만 되면 자리를 뜨는 직원들도 있다. 신장 172cm, 몸무게 89kg인 그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 비만도가 ‘139’였는데 칼로리가 높은 중국음식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외식을 자주 한다는 것. 외식의 공통점은 음식에 ‘MSG’라 불리는 화학조미료를 많이 사용하고 고칼로리, 고단백, 고염화나트륨이라는 점이다.
외식, 피할 수 없다면 알고 먹어야
우리 식생활에서 외식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계비 중 식료품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1982년 6.0%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섰다. 1인당 외식 횟수도 하루 1회 이상이 40%나 된다. 하루 세 끼를 외식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도 많다. 과연 외식은 즐거운 일일까.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생명공학박사인 이모 씨(49)는 고깃집에서 식사로 냉면을 주문하지 않는다. 전문점이 아니고선 대부분 낱개로 포장돼 조미료로 맛을 내는 인스턴트 냉면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잦은 외식은 식품의 안전성, 과식, 영양 불균형, 지출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그중 심각한 것이 바로 화학조미료다.
몇 년 전 한 여성단체가 국내 외식업체의 화학조미료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93.3%가 다양한 형태의 인공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주인들은 “조미료를 넣지 않고선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대전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59·여)는 “시험 삼아 볶음양념에 조미료를 넣지 않았더니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화학조미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 연간 생산되는 10만 t의 화학조미료가 외식업체를 통해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외식은 고열량, 과식으로 이어진다. 과거 외식은 ‘영양 보충’의 기회였으나 이제는 비만의 주범이 됐다.
소비자의 주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외식업체 수는 59만 개. 1년에 5만∼6만 개가 없어지고 6만∼7만 개가 새로 생겨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6년까지 외식산업 매출규모를 125조 원, 고용을 170만 명, 해외진출 외식업체를 2500개로 확대하겠다는 ‘외식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외식산업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하루 세 끼 중 외식에 의존하는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가속도 못지않게 국민 건강을 위한 정부 및 외식업체들의 노력도 진행되는지는 미지수.
사단법인 식생활교육대전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충남대 김미리 교수는 “외식의 증가 추세는 패스트푸드와 함께 육류, 유지류 중심의 음식이 곡류,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이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과 같은 생활 습관병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중부권에서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이모 씨(55·인터넷신문 기자)는 식당에 가면 “내 음식에는 조미료를 넣지 말라”고 말한다. 때로는 식당에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는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외식할 수 있는 식당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는 차원에서 이렇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영양성분표시를 내놓으라고 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주권 행사다. 한양대 이현규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외식을 줄이도록 노력하되 피할 수 없다면 칼로리가 낮고 우리 체질에 맞는 잡곡 채소 등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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