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베스트닥터 <5> 폐암
《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생존율은 26.7%다. 10%에 불과했던 10∼15년 전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3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까닭은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사선의 양을 줄인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면 일찍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검진비용이 비싸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55세 이상으로 매일 1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추진 중이다. 계획대로 내년에 실행된다면 폐암 조기발견이 늘면서 5년 생존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많다. 모든 베스트닥터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있다. 바로 흡연이다. 베스트닥터들은 “담배부터 끊어라”라고 강조한다. 최근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간접흡연 때문이라고 베스트닥터들은 지적했다.》
폐암 분야의 베스트 닥터는 수도권 6명, 비수도권 1명 등 모두 7명이다. 수도권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다른 암의 경우 수도권에서 5명이 선정됐다. 하지만 폐암의 경우 4명이 공동 3위를 차지해 결과적으로 6명이 됐다. 1위와 3위의 표차는 3표에 불과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 성공률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64)는 국내 폐암과 식도암 수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심 교수가 국내 폐암 수술 치료 성적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라는 데 의학계는 대체로 동의한다.
지난해 말 삼성서울병원이 2008년 이후 폐암 수술을 받은 623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5년 생존율이 1기 84.4%, 2기 58.9%에 이르렀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 이후의 생존율도 3기 51.8%, 4기 40.5%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심 교수는 환자의 70%를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로봇 수술도 시행했지만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최근에는 많이 시행하지 않는다. 심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을 맡으면서 암 치료 수준을 크게 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한폐암학회와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회장을 지냈다.
○ 흉강경 수술 첫 도입
성숙환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63)는 199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암 수술에 흉강경을 도입했다. 현재 폐암 환자의 90%를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성 교수는 흉강경 수술을 발전시켜 지난해부터 피부에 3∼4cm짜리 구멍 하나만 뚫는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환자의 80%를 이 방식으로 수술한다. 또 폐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전신마취 대신 정맥마취를 선호한다. 이 두 방식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수술 부위는 줄이고 수술 후유증은 최소화했다. 그 결과 8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도 결과가 좋다고 성 교수는 설명했다.
성 교수는 외과 의사들 사이에 ‘최고의 칼잡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학회 활동도 무척 활발했다.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대한흉부외과학회, 대한폐암학회 등 관련 학회의 회장을 모두 지냈다.
○ 폐암 유발하는 유전자 첫 발견
김영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55)는 특히 국소적으로 진행된 폐암 수술에 정통하다. 이 정도의 병기에서는 의사의 실력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게 의학계의 속설이다.
2011년 12월,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연구팀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자(KIF5B-RET 융합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현재 이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폐암 환자를 상대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이를 진단에 활용하는 첨단 진단법도 개발 중이다.
김 교수는 폐 이식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처음으로 2세가 안 된 영·유아의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간이나 신장과 달리 폐는 생체 이식이 불가능하다.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아도 영·유아에게 이식하려면 절제를 먼저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없었다.
○ ‘흉강경 수술 교육단’ 만들어 외국에 전파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58)는 그동안 2000건 이상 폐암 수술을 했다. 현재 병원장직을 맡고 있어 수술 횟수는 줄었다. 다만 복잡한 수술은 지금도 직접 한다.
전 교수도 폐암 흉강경 수술을 처음 시행한 국내 1세대 의사 중 한 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기 폐암 환자의 85∼90%를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전 교수는 병원 내부에 ‘아시아 흉강경 수술 교육단’을 만드는 데도 관여했다. 300여 명의 외국 의사들이 이곳에서 흉강경 수술 기법을 배워 갔다.
전 교수는 기관지에 국한된 암을 레이저로 치료하는 ‘광역학 치료’도 도입했다. 또 폐암이 늑막에까지 번진 환자에게 수술과 고온항암제를 동시 투입하는 치료법도 처음 시행했다.
전 교수는 정보기술(IT)을 적극 활용한다. 폐암 수술 후 재발 확률을 예측하는 앱을 개발했다. 폐암 환자의 날숨을 분석해 건강한 성인의 날숨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이 향후 본격 도입되면 폐암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환자에게 칭찬 듣는 친절한 의사
김동관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58)는 가장 표준적인 치료를 하는 의사다. 다른 진료과 의사와 협력해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를 발전시켰다. 환자의 80%를 흉강경으로 수술한다. 김 교수팀은 지금까지 4000건 이상의 흉강경 폐암 수술을 시행했다.
김 교수는 “자만하지 말고, 항상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를 교육할 때도 “환자의 편에서 수술하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수술을 넘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외과의사의 참된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침과 저녁, 2회 회진을 빠뜨리지 않는다. 의사가 병실에 얼굴을 비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불안과 염려를 가라앉힌다는 것이다. 많은 병원이 고객의 추첨을 통해 친절한 직원을 뽑아 상을 준다. 의사가 이 상을 받는 경우는 드문데 김 교수는 두 번이나 상을 받았다.
▼중기 이후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헌신▼
유일한 내과 의사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62·사진)는 7명의 베스트닥터 중 유일하게 내과 의사다. 다국적 제약사의 폐암 표적 치료제 임상시험을 여러 차례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약사가 아닌 연구자가 주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하기도 했다. 박 교수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기 이후의 폐암 환자들이다. 중기 이후의 환자들은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지 않는다. 상당히 암이 진행된 터라 수술할 수는 없지만 수명을 연장하고 동시에 삶의 질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박 교수는 중기 이후의 폐암을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 질환’이라고 주장한다.
무턱대고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생존 기간을 늘릴 수는 없다. 자칫 주변의 건강한 세포까지 죽이고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항암치료 이후 3, 4년간 암 세포가 보이지 않는 환자도 있지만 되레 악화하는 환자도 있다. 모든 상황을 감안해 치료법과 약물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1세대 신약, 2세대 신약을 다 써보고, 그래도 안 되면 3차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새로운 ‘무기’는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흉강경 수술 등 새로운 치료법 적극 도입▼
非수도권 나국주 화순전남대병원 교수
나국주 화순전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56·사진)는 매년 200∼250명의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 현재까지 25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나 교수는 비(非)수도권 대학병원 폐암 치료 수준을 수도권 대형병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흉강경 수술을 수도권 대형병원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했다.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함께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도 2004년 화순전남대병원이 문을 열 때부터 시행했다.
나 교수는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6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학회는 건강한 폐는 살리고 암에 걸린 폐의 절제를 최소화하는 최신 수술 기법을 많은 의사가 배울 수 있도록 연수 교육을 시행 중이다. 각 병원별로 관리하고 있는 폐암 수술 환자 데이터를 통합해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종양 레지스트리’ 사업도 지원한다.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는 2007년 설립됐다. 성숙환 교수가 초대 회장을 지낸 데 이어 심영목 교수(2대), 전상훈 교수(5대)도 회장을 맡았다. 나 교수까지 포함하면 역대 6명의 회장 중 4명이 베스트닥터에 선정된 셈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Top/3/all/20180505/89944392/1#csidxc9e5962dedb1503b0c80b04ab48cf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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