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Health/건강

신는 족족(足足), 어이쿠! 골병드는 당신의 발

NaNo+AlphaGo 2010. 4. 18. 18:00

신는 족족(足足), 어이쿠! 골병드는 당신의 발

연세사랑병원, 무지외반증 수술 성공률 98%… 여성 질환으로 분류돼 건강보험 혜택 받을 수 있어

“여자는 구두를 좋은 걸 신어야 해.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거든.”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민서현(한채영)이 금잔디(구혜선)에게 신발을 신겨주며 한 말이다. 어릴 적부터 ‘신데렐라’를 꿈꿔온 여성들이라면 무척 신빙성 있게 다가갈 얘기다.

그렇다면 좋은 신발이란 뭘까? 반짝이는 큐빅이 박힌 화려한 샌들? 값비싼 명품 구두? 좋은 신발을 신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건강한 발을 갖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킬 힐(kill hill·굽의 높이가 10cm 넘는 여성용 구두)’과 ‘플랫 슈즈(flat shoes·굽이 낮은 신발)’가 여성들의 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킬 힐’은 발뿐 아니라 발목 건강도 해친다.

관절전문병원인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원장은 “발과 발목 건강은 신체 건강을 좌우할 수도 있다”면서 “좋은 신발에만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발 만들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무지외반증 2년간 600여명 수술, 재발률은 2%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는 증상으로, 대표적인 발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원인은 선천적인 가족력이 절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등 후천적인 요인이 절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선천적인 요인보다 후천적인 요인 때문에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발은 한 번 변형이 시작되면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다.

초기 무지외반증은 변형이 심하지 않고 통증도 지속적이지 않다. 이 시기에는 굽이 낮은 신발을 신거나 신발 바닥에 특수 깔창을 까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다. 돌출된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발바닥 앞 쪽이 저릴 정도로 악화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보행이 불편해지면서 발목, 무릎, 허리 등 다른 관절에도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외반증은 돌출된 뼈를 절제하고 변형된 뼈를 제자리에 맞추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수술 시간은 30분 정도. 하반신 마취나 발목 마취로 진행된다. 마취에서 회복되면 목발 없이도 보행이 가능하다.

족부전문클리닉인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에서 2007∼2008년 2년간 무지외반증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600여 명. 이 가운데 재발했거나 재발이 의심되는 환자는 12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약 98%의 성공률을 기록한 셈이다. 박 원장은 “최소절개 수술을 하고 녹는 실을 이용해 흉터 걱정을 덜어준다”면서 “수술 후 통증을 걱정하는 환자들을 위해 통증감소 치료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 반복되는 접질림이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 불러

무릎관절염에 대한 얘기는 수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발목은? 무릎처럼 발목에도 관절이 존재하므로 관절염이 발병할 수 있다.

발목에서 가장 많이 손상되는 부위는 복숭아뼈 주위의 발목외측인대다. 처음 삐면 통증과 부기가 2∼3일 안에 사라진다. 그러나 접질림이 반복되면 발목 인대와 연골이 손상돼 부기가 가라앉지 않고 통증도 계속된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발목 근력이 약해 더 쉽게 손상된다.

박 원장은 “발목은 쉽게 접질리지만 증상을 가볍게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목 인대와 연골이 모두 파열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발목을 한 번 접질린 후 재차 그 부위를 접질리거나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붓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발목을 접질리고 난 후 처음에는 한방요법인 침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침을 맞고 1주일 정도가 지나도 차도가 없다면 족부전문의에게 진단받는 것이 좋다.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은 X선 촬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야 한다.



○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 치료, ‘RICE 원칙’ 지켜야

발목 인대, 연골 손상도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 치료에는 ‘RICE 원칙’이라는 4가지 치료원칙이 있다. R은 휴식(Rest), I는 얼음찜질(Ice), C는 압박(Compression), E는 높은 곳에 발을 두어 붓기를 감소시키는 것(Elevation)을 뜻한다. 이 4가지만 잘 지켜도 초기에 인대와 연골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인대 파열이 심할 때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인대 재건술이나 인대 봉합술 등의 수술을 해야 한다. 인대 수술은 환자 본인의 발목 주변 조직을 이용해 수술하는 것. 안전하고 절개가 적어 회복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연골 손상이 심할 때는 미세골절술과 자가골연골이식 등의 수술법을 이용한다.

미세골절술은 축구선수 박지성이 받은 수술로도 유명하다. 뼈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피가 나게 해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수술법이다. 관절내시경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술 자체가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재생된 연골이 정상연골에 비해 강도가 약해 더 쉽게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자가골연골이식은 미세골절술을 시행한 후 연골 손상이 재발됐을 때, 연골 손상이 심각해 미세골절술을 시행할 수 없을 때 사용되는 수술법이다. 무릎의 연골을 채취한 뒤 발목에 이식한다. 정상연골을 이식하므로 수술 후 결과가 좋지만 절개 부위가 크고 수술이 까다로워 경험이 많은 족부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좋다.

○여성 질환으로 분류돼 보험 혜택 받을 수 있어

무지외반증과 발목 손상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무지외반증은 요실금처럼 여성 질환으로 분류돼 민간 보험에서도 수술비를 보조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맨발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들보다는 오랫동안 발 변형으로 고생해 온 40∼60대 여성들의 수술 빈도가 훨씬 높다. 연세사랑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이 전체 수술환자의 60%가 넘는다.

박 원장은 “등산이나 걷기 등 중년·노년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운동이 건강한 발을 기초로 한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발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고 발 질환 증상이 있을 때는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