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올리브유에 절이면 발암물질 감소
고기·생선 타거나 그을린 부위 떼어내야
권위있는 학술지 ‘사이언스’ 2004년 제304호엔 2000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암으로 숨진 사람들(115만9000명)의 암 발생원인을 조사한 연구논문이 실렸다. 암에 걸리는 첫째 원인은 담배(43만5000명), 둘째는 잘못된 식생활과 운동부족(40만 명)이었다. 따라서 둘만 잘 관리(사려 깊은 음식섭취·금연 등)해도 암 환자를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에서만 연간 신규 암 환자 수를 현재 12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이 발암물질?” 당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대부분의 식품은 발암과 무관하다. 채소·과일 등 암 예방 식품도 많다. 암과 관련해 의심을 받는 식품은 극소수다. 술이 식도암·간암, 소금이 위암, 기름진 지방 음식이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발생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그나마 이들의 혐의는 ‘의혹’ 수준이며 ‘확정’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식품 그 자체에서 발암물질을 찾아내려 든다면 완전히 헛다리 짚은 것이다. 그보다는 식품의 조리·제조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식품의 조리 중엔 ‘HAA’·‘PAH’라는 발암가능 물질이 생긴다.
HAA는 쇠고기·닭고기·생선에 열을 가할 때 고기의 아미노산들(단백질 구성 성분)이 변성된 것이다. PAH도 주로 고기를 굽는 과정(지방의 변성)에서 생긴다. PAH와 HAA는 하나의 유해물질이 아니라 여러 유해물질을 총괄하는 용어다. 최근 올리브유에서 검출됐던 벤조피렌은 PAH 중에서 발암성이 가장 강력한 녀석이다.
이 둘을 전혀 안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려면 육식은 포기해야 한다. 다행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기의 타거나 검게 그을린 부위를 떼내고 먹는 것이다. 태운 정도가 심할수록 PAH와 HAA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테이크집에서 주문할 때 ‘웰던’보다 ‘미디엄’이 건강에 이롭다고 보는 것은 이래서다.
고기를 미리 절이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마늘·올리브유·레몬주스·소금·설탕·식초·감귤주스 등에 절여 조리하면 HCA의 발생량이 92∼99%나 감소한다는 미국암연구소(AICR)의 연구결과도 있다. 절이는 시간은 생선 15분,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는 30분, 쇠고기·돼지고기는 1시간이면 적당하다. 미국에선 ‘매리네이드(marinades, 절임)의 마술’을 소비자에게 적극 홍보·교육하고 있다.
고기 하나를 조리할 때도 우리 전통의 조리법은 빛이 난다. 고기를 굽거나 튀기는 서양 요리에 비해 삶거나 찌는 우리 방식은 발암가능 물질의 생성을 확실히 줄여준다. 쇠고기를 구웠을 때는 벤조피렌(PAH의 일종)이 0.25ppb, 삶았을 때는 0.02ppb 검출됐다는 국내 학자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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