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들어 정자(精子)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과학계의 미스터리다. 대기 오염, 컴퓨터 전자파, 심지어 꼭 끼는 바지까지 수많은 요인이 지목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정자의 퇴화 원인으로 남성 자신이 아닌 어머니의 생활 습관을 지목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6일 보도했다.
영국의학연구위원회(MRC)의 리처드 샤프(Sharpe) 박사는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연구 결과는 정자 수 감소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시작됐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1976년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다량 배출됐던 이탈리아 세베소(Seveso) 마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전형적인 예다. 세베소 거주 남성들을 검사한 결과 다이옥신에 직접 노출됐던 남성의 정자 수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사고 당시 어머니가 임신 중이었던 남성의 정자 수는 평균을 밑돌았다.
어머니의 소고기 섭취량이 정자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환경과학보건연구소가 미국 성인 남성 38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어머니가 임신 중 소고기를 많이 섭취했다'고 답한 남성 51명의 정자 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상치를 밑돌았다. 어머니가 소고기를 거의 먹지 않은 남성의 정자 수는 평균보다 24% 높았고, 자신이 소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밝힌 남성의 정자 수도 정상이었다. 소고기를 구우면 유전자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다향방사성탄화수소(PAHs)가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어머니가 임신 중 담배를 피운 남성의 정자 수가 평균보다 약 40% 적다는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식·성장연구소의 논문도 정자 생성 능력이 태아일 때 결정된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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