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웬 ‘반의 반값 비행기표’
땡처리란 한마디로 재고떨이다. 원래는 끝까지 안 팔리고 남은 옷을 헐값에 팔아 치우는 걸 뜻하는 의류업계의 속어. 제값을 못 받으니 아깝긴 하지만, 창고 보관비로 꼬박꼬박 생돈을 까먹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눈물의 폭탄세일’에 나서는 것이다.
해외여행 업계에도 땡처리가 있다. 마감 직전까지 안 팔려 싸게 내놓는 비행기 표나 호텔 방, 패키지 상품 등을 말한다. 최근엔 땡처리 상품만 전문적으로 중계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도 생겼다. 특히 올해는 성수기·비수기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전통의 ‘극 성수기’인 8월에도 땡처리 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다. 파는 사람에겐 ‘울며 겨자 먹기’, 사는 사람에겐 ‘잘만 고르면 대박’인 땡처리 여행정보를 소개한다.
항공권
‘하드 블록’이란 게 있다. 항공사가 선금을 받고 비행기 좌석 전체를 몇 개 여행사에 ‘뭉텅이’로 넘기는 것이다. 보통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직접 좌석을 팔기 힘든 동남아·중국계 항공사들이 애용하는 방식이다. 한번 거래된 ‘하드 블록’ 좌석은 교환·환불이 안 된다. 팔든 못 팔든 무조건 여행사 책임이다. 출발 때까지 좌석을 못 채우면 앉아서 돈을 날려야 한다. 그래서 여행사들은 어떻게든 좌석을 팔려고 한다. 헐값에라도 좌석을 채우는 게 그나마 손해를 덜 보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상가의 반값을 밑도는 땡처리 항공권이 시중에 나오는 이유다.
이런 땡처리 항공권은 어디서 살 수 있을까? 물론 여행사에서 직접 ‘떨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값 주고 먼저 비행기 표를 산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보통은 전문적인 중개 업체에 맡기는 편이다. 현재 두 곳이 땡처리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땡처리항공권(www.ttangcheori.co.kr)은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코리아트래블(02-3705-8833)에서 운영한다. 하루 평균 50여 장 이상의 땡처리 항공권이 거래되고 있다. 여태껏 가장 쌌던 경우는 9만9000원짜리 중국 베이징행 티켓. 정상가가 30만원대, 할인 특가 상품이 20만원대인 걸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072에어(072air.com)도 있다. 아시아 전문 여행사 업투어(02-779-0722)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6월 말 문을 열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거래는 상당히 활발하다. 현재까지 최저가 기록은 정가 36만원짜리 태국 방콕행 티켓이 9만6000원에 나온 것. 할인율이 무려 70%가 넘는다.
엄밀하게 말하면 땡처리와는 다르지만 아시아나항공(flyasiana.com)의 ‘한정 항공권’도 비슷한 개념. 출발 날짜가 2주 안쪽으로 남은 것 중 판매가 부진한 티켓을 싸게 내놓는다. 일정 변경이 불가능한 대신 할인율이 평균 10~15%대에 이른다. 같은 할인 티켓이라도 ‘실속 항공권’이 5% 안팎을 깎아주는 것에 비하면 할인율이 꽤 높은 편. 대한항공(kr.koreanair.com)은 홈페이지에 땡처리 전용 ‘파이널-e항공권’ 메뉴가 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호텔
호텔 방에도 땡처리가 있다. 물론 출발일이 지나면 아예 휴지가 되는 항공권처럼 급하진 않다. 최소한 시간을 넘긴다고 방이 없어지진 않으니까. 그래도 투숙일 가깝도록 손님을 받지 못한 빈 방은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방들이 막판에 싼 값에 나온다. 보통 여행사에 맡겼다가 안 팔리거나 예약이 취소돼 호텔에서 다시 회수한 방들이다.
이런 땡처리 객실도 전문 중개업체를 통해 구할 수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호텔업의 특성상 직접 ‘떨이 판매’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호텔 예약 사이트 옥토퍼스 트래블(www.octopustravel.co.kr)의 ‘라스트 미닛(Last Minute) 호텔’은 투숙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전세계 호텔의 객실 정보를 제공한다. 예약일 기준으로 최대 20일 이내. 두 세달 전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는 서양 기준으로 볼 땐 ‘땡처리’ 대상이다. 할인율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정상가 기준으로 최대 70%까지. 토종 업체로 국내 호텔 예약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월드호텔센터(www.hotelpass.com)도 조만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패키지
땡처리 항공권이 등장한 것은 해외여행 트렌드의 변화와 관련 있다. 스스로 여행 스케줄을 짜고 비행기 표, 숙소를 직접 고르는 소위 ‘개별 여행(FIT)’이 늘면서 땡처리 항공권이 주목 받게 된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해외여행 형태인 패키지 관광 쪽은 땡처리가 좀 더 일찍부터 보편화됐다. ‘하드 블록’을 잡아 패키지로 만들었다가 팔리지 않은 상품을 통째로 내놓는 것이다. 최근엔 이런 땡처리 상품 정보만 e-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여행상품 비교 사이트인 투어캐빈(www.tourcabin.com)은 지난 4월부터 ‘긴급 모객 파발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30여 곳의 거래처 여행사로부터 땡처리 상품 정보를 받아 그때그때 회원들에게 e-메일로 전해준다. 동남아·중국 등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을 등록해 놓으면 해당 지역의 땡처리 상품이 나올 때마다 알려준다. 하루 평균 1~2통, 많게는 4통까지 메일이 온다. 현재 5만여 명의 회원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땡처리 항공권 사기 전에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고 동행이 없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적당하다. 출발일이 일주일 안쪽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하면 하루 전날 나오는 경우도 많다. 여럿이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단체 여행이나 가족 여행용으로는 적당치 않다. 수량도 아주 적다. ‘하드 블록’에서 한 두 좌석이 모자라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남아·중국행이 대부분이다. ‘하드 블록’ 세일을 하지 않는 유럽·미국 항공사 티켓은 찾기 힘들다. 예약이 취소된 패키지 상품에서 떨어져 나온 항공권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올 뿐이다.
▶일정 변경, 교환, 환불이 안 된다. 애초에 정한 날짜에 100% 출발할 자신이 없다면 싸다고 덥석 사선 곤란하다. 선금을 주고 산 좌석이기 때문에 팔 때도 현금만 받는다. 그 외에 항공권을 내놓은 여행사에 따라 별도의 조건이 붙는 경우도 있다.
▶일단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동작이 빨라야 한다. 워낙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물건’이 나왔을 때 얼마나 빨리 낚아채느냐가 관건이다. 예약 신청과 상관 없이 입금 순으로 티켓을 주므로 ‘사후 동작’도 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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