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넣고 면 넣어야 더 맛있다
조리 시간 짧아져 면발 쫄깃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복날 특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때 면을 먼저 넣어야 할까, 라면스프(이하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할까"로 멤버들끼리 티격태격 하더군요.
의견도 거의 절반으로 나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것을 먼저 넣느냐에 따라 라면의 맛이 바뀌기 때문인데 어떤 것을 먼저 넣어야 맛있을까요?
간단히 생각해도 국물 맛은 거기에서 거기일 것 같은데, 차이점이라면 면의 맛이 달라지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면의 맛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일까요? 라면을 끓일 때 라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에도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나눠서 살펴보도록 하죠.
▲끓는점 오름
물에 어떤 물질이 녹아 들어간다는 것은 물과 물질이 나뉘어 있을 때보다 에너지가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의하실 점은 열에 의한 에너지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순수한 물에는 물 분자들 사이의 인력만 있었는데, 여기에 어떤 물질이 추가되면 물과 새로운 물질 분자 사이의 인력이 추가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물에 다른 물질이 혼합돼 있을 때는 물 분자를 자유롭게 만드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게 됩니다.
보통 물이 끓으려면 물 분자들이 갖고 있는 열 에너지가 물 분자들 사이의 인력보다 커야 합니다. 그러면 물 속에 있던 물 분자들이 물 밖으로 뛰쳐나와 수증기가 됩니다.
그런데 물 분자 외에 다른 물질까지 섞여 있다면 이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더 커지겠죠. 그래서 물에 다른 물질이 섞인 경우 물이 증발하거나 끓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끓는점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끓는점 오름'이라고 부릅니다.
▲ 두 가지 조리법의 차이점
경우1 : 면을 먼저 넣는 경우
우선 물을 팔팔 끓입니다. 이 때 물의 온도는 약 100℃일 것입니다. 이 물에 면을 넣습니다. 면을 넣자 마자 끓던 물이 잠시 끓기를 멈춥니다만 몇 초 후에 다시 끓기 시작합니다. 면이 물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면에 다시 스프를 넣습니다.
그럼 또다시 끓기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끓기 시작하죠. 스프를 넣자마자 끓기를 멈추는 것은 스프가 물에 녹을 때 물의 끓는 점이 약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몇 도가 되는지는 물의 농도에 따라서 달라집니다만 몇 ℃정도 상승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렇게 면을 먼저 넣으면 과연 좋은 것일까요? 나쁜 것일까요?
경우2 : 스프를 먼저 넣는 경우
우선 물을 팔팔 끓입니다. 물론 이 물의 온도는 약 100 ℃일 것입니다. 이 물에 스프를 넣습니다. 스프를 넣자마자 끓던 물이 잠시 끓기를 멈춥니다만 몇 초 후에 다시 끓기 시작합니다. 물의 끓는 온도가 몇 ℃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스프물에 면을 넣으면 끓기를 잠시 멈추는 것은 똑같습니다만 이때 물의 온도는 면을 먼저 넣었을 때 보다 몇 ℃ 높습니다.
▲ 결론
면을 먼저 넣는 경우와 스프를 먼저 넣는 경우 모두 결론적으로 비슷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후자는 조리하는 과정에서 면이 익는 시간이 조금 더 짧아진다는 것입니다. 조리 시간이 짧아진 만큼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덜 불게 되겠죠. 그래서 라면을 끓일 때는 스프를 먼저 넣고 그 뒤에 면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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