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내 고장에서 생산한 제철 농수산물이 몸에 좋은 보약
일본 도쿄에서 북쪽으로 137km 떨어진 나가노(長野) 현 사쿠(佐久) 시.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이 열리기도 한 이곳은 해발 1000m의 고원지대로 인구 10만여 명의 작은 도시다.
1970년대 사쿠 시는 일본에서 ‘최단명(最短命) 도시’였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현재 이곳은 일본 최장수 도시로 탈바꿈했다. 2007년 유엔인구기금(UNFPA) 조사 결과 사쿠 시의 남자 평균 수명은 79.84세, 여자는 86.48세로 남자는 일본에서 1위, 여자는 3위를 차지했다.
사쿠 시를 일본 최장수 도시로 만든 건 무엇일까.
8월 사쿠 시내의 한 작은 식당. 점심메뉴로 ‘핀코로 식단’을 주문했다. 핀코로는 ‘건강하게 장수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는 뜻으로 이 지역에서 유행하는 용어. 상 위에는 이 지역 강에서 잡은 잉어간장조림, 호박우유푸딩, 닭가슴살, 연어구이, 브로콜리두부가 올랐다. 특징적인 것은 모두 이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라는 점이었다. 식당 앞에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쓰여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만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내 체질에 가장 잘 맞는 것은 바로 우리 땅 식재료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넘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인 셈이다.
경제와 생명을 살리는 ‘신토불이’
신토불이는 동의보감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용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 8월. 수입 농수산물이 범람하자 농협 등 농수산 관계기관에서 캠페인 용어로 처음 사용하며 유행됐다.
지금은 국어사전에도 등재됐고 대중가요 제목으로 등장할 정도다.
대전에 사는 이정화 씨(46·여)는 가족 건강을 위해 무농약 유기농 식재료를 우선 구입한다. 그는 최근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친환경 재료 중에서도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재료를 선호하는 것.
“비록 국내산이라 해도 멀리에서 생산된 것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지고 운송비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운송과정에서 환경오염도 유발되니까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걸 고르죠.”
그는 이런 습관을 주위에 전파하고 있다.
국민식생활개선을 위해 2009년 출범한 사단법인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생활 문제점 중 하나로 과다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를 꼽는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가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담(수송량과 수송거리)을 지표로 나타낸 것. 식품 수입이 많거나 운송거리가 길수록 마일리지가 높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식품수입량은 456kg(2007년)으로 영국 434kg, 일본 387kg, 프랑스 386kg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만큼 푸드 마일리지도 높다.
이 단체 황민영 상임대표는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수산물을 지역에서 일차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지구와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암예방학회가 출간한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는 “암 발생이 늘어나는 것은 식생활의 변화가 결정적으로, 그중 서구화된 식생활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예방 및 치료의 대안으로 신토불이 식생활을 권장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 신토불이 실천
신토불이가 몸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한방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글로벌시대에 과연 신토불이가 적합한 것이냐’라는 논란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박성일 한의원장은 “태어난 토양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그만큼 당사자의 체질에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식재료를 떠나 인삼 버섯 등 우리 전통식물을 활용한 의약품과 기능성 소재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불고 있다. 농협은 신토불이를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시소비자와 농가 간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농협 관계자는 “이는 국산 농수산물의 이용을 넘어 농장과 식탁 간 거리 줄이기 운동”이라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통경로 축소로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펼치고 있는 ‘식사랑 농사랑’(www.식사랑농사랑.com)이 대표적이다.
충남대 김미리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얼굴을 아는 생산자로부터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품질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수입 농산물의 급격한 증가를 다소나마 막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식탁이 신토불이를 넘어 로컬푸드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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