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Lake 가시는분 저희좀 태워 주세요"
우리의 JMT(John Muir Trail) 트레킹은 2015년8월14일 캘리포니아 주의 아주 작은 도시인 Bishop 에서 난생 처음
해보는 히치하이크(Hitchhike)로 시작 된다. 너무 이른 시간 탓일까 많지 않은 차량숫자와 함께 도무지 방향이 맞지를
않아 한시간을 넘겨서도 제자리만 지키고 있다. 한시간반을 조금 넘겼을까 옆골목에서 세마이 트럭 차량 한대가 정지
하며 "South Lake 가시죠?" 하는 반가운 소리와 함께 아시아계(일본3세) 중년 여성 Joan 과 백인 남성 Kurt 커플이
웃으며 다가온다. 걱정스럽게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마님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우리의 생애 첫 히치하이크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
어려울때 도와주신 Joan Hedani & Kurt 두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은
세계 3대 트레일중의 한곳 으로 미국 본토의 최고봉 마운트 휘트니(14,505 ft)에서 요세미티 계곡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215 miles (344 km)의길,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짐을 배낭 하나에 꾸려 넣고
따뜻한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낮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옆을 걷고, 저녁에는 자연산
송어를 잡아 모닥불에 구어 먹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밤에는 언제 찾아 올지 모를 곰을 걱정해야 하는 모험적인 곳으로
변한다. 빙하기 이후 태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웅대한 자연공원의 감동이 살아 숨쉬는 곳이 John Muir Trail 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 깊숙한 곳에는 트레커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충족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215 miles 을
이은 이 트레일을 모두 마치려면 장기일정을 가지고 찾는 것이 좋다. 하루에 10.8 mlies 씩을 걸어도 20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 마님(나타리아)과 함께 지난 2009년 세계3대 트레일중의 하나인 카나다의 Vancouver Island 에 있는 WCT
(West Coast Trail) 7일, 그리고 2015년 7월 페루의 Inca Trail 5일 등의 트레킹 등을 다녀왔다.그러나 존뮤어 트레일은
앞서의 트레일 들과는 달리 거리도 시간도 준비도 여느 다른 트레킹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숙제를 던져 주는 곳이기에
누구든 선뜻 계획하고 또 나서기가 쉽지 않은곳이다.
해서 우리 부부는 이 방대한 량의 트레일을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포함된 북쪽구역, 마운트 휘트니가 포함된 남쪽구역
그리고그 둘 사이의 중앙구역등 삼등분으로 나누어 걷기로 계획하고 지난 2012년 1차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쪽의
북쪽구역을 5박6일간, 그리고 지난해 2014년 에는 마운트 위트니 쪽의 남쪽 구간을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이미 마친바
있다. 이번의 세번째 트레킹은 이미 마친 남쪽과 북쪽의 구간을 연결하는 JMT 완성의 마지막 단계로 9박10일간의
일정으로 나선 것이다.
첫번째 팁: 다소의 산행 경험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실행에 옮겨라"
어렵게 얻어탄 차로 South Lake 트레일 입구에 도착해 공들여 쌓아온 배낭을 각자 멘다.
마님의 배낭 무게는 약30 파운드, 내 배낭의 무게는 약40파운드에 이른다., 작년의 배낭 무게에 비하면 각각 10파운드
이상씩은 가볍다. 전체 10일 기간중 6일치는 트레일의 중간 지점에 우편으로 이미 배달을 해놓았기 때문에 출발은 4일치의
음식만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예정된 거리는 총12마일의 장거리에 Bishop Pass 라는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 걷는 거리 12마일은 실제 JMT 의 거리와는 무관한 JMT 에 접속하기위한
접근 트레일일 뿐이다.
그야말로 천리길의 시작 이다. 한발 한발 어깨의 짓누르는 무게감을 이겨가며 발을 옮긴다. 그 힘들다는 Bishop Pass
(11,972 ft)도 어느덧 넘고 있다. 내리쬐는 캘리포니아 특유의 뜨거운 태양빛도 우리의 강한 의지에 한발 물러 서는듯
시원한 고산의 찬바람으로 달래준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걷는 이길이 어색하지 않고 동네길을 걷는듯 편하게만 느껴진다.
9시간 가까이 걸어 예정된 야영지 Le Conte Canyon 에 도착하니 낮설지 않은 캠핑장이 우릴 기다린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첫날을 보내고 남쪽 방향의 마운트 휘트니로 갔기 때문이다. 계곡의 뿌옇고 매케한 연기가 우릴 잠시 긴장 시킨다.
멀리서 난 산불로 인해 그 연기가 계곡을 따라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문제야 있겠나 하는 여유로운 생각으로
텐트를 치고 그렇게 JMT의 첫날밤을 맞는다.
아내와 딸둘과 나는 지난 1997년 내나이 마흔셋 때 이곳 시애틀로 이민을 왔다. 연고라고는 아무도 없는 이곳. 그저 이곳의
육, 해, 공의 환경이 좋아서 정착을 결정했다. 이민의 동기는 인생 후반전을 즐기기 위해 아주 단순히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결정에서 이사까지 단 6개월 만이 걸렸을 뿐이다. 흔히들 말하는 아이들의 교육과 장래를 위해서가 아닌 아내와
나의 즐거운 삶을 최우선시 하고 왔을 뿐이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짓들도(현재는 JMT) 우리의 삶을 즐기기 위한 한
부분의 행동일 뿐이다.
둘째날을 맞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JMT 트레킹중의 시간 관리는 6시경에 일어나 7시반 또는 8시에 다음
목적지로 출발들을 한다. 물론 긴 하루가 예정된 날들은 서두르기도 하지만 우리의 계획은 가능한 늦추지도 서두르지도
말자 이다. 오늘도 대략 11마일에 Muir Pass 라는 언덕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늘 걷던 대로 걷기만 하면 될것이니 염려는
접어두고 작년과는 반대길인 북쪽을 향해 출발한다. 오늘도 햇빛이 강하다 작년에는 왼종일 비도 맞았었는데 올해엔
느낌상 으로는 비와는 거리가 멀것 같다. 12시가 넘어서며 배가 고프다. 우리의 점심 메뉴는 간단하다. 이동중에 간편하게
해결 해야 하다 보니 물800cc 에 미숫가루를 조금은 고밀도로 쏟아붓고 열심히 흔들어 건빵과 함께 먹고 마실뿐이다.
생각 보다는 간편하고 든든한 점심이 된다.
Muir Pass 에 세워진 Shelter
Muir Pass(11,955 ft)에 도착해 이곳에 있는 긴급 대피소의 안팎을 둘러 본다. 이 건물이 1930년에 Sierra Club에 의해
건축 되었단다, 완전히 돌로 쌓아 만든 아주 견고한 돔 형식의 긴급 대피소건물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
어려운 산객들을 보호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고개를 넘어 북쪽을 바라보니 파란 호수들이 어깨를 맞대며 늘어서 있다.
존 뮤어 트레일은 수많은 호수를 잇는 길이어서 ‘물의 길’이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다시한번 실감나게 느낄수있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아쉽다면 산불로 인한 연기가 이곳 청정구역을 덮어 시야가 흐릿한것 뿐이다. 오늘은 저 호수들중
한곳을 골라 잡아 그옆에 지친몸을 뉘일 것이다.
존 뮤어 트레일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애썼던 미국 자연보호 운동의 대부였던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존 뮤어 트레일은 그의 신념대로 야생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국립공원 안에는 천 개에 가까운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데, 보호가 잘 되어 흐르는 물을 바로 떠서
마실 정도로 물은 깨끗하다. 물의 양도 풍부해서 그냥 떠 마셔도 될 정도다. 야생동물도 자유롭게 살아간다.
이렇게 청정 자연을 간직한 국립공원이 많아 존 뮤어 트레일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과 함께 세계3대 트레일로 꼽히고 있다.
Wanda Lake
3일째의 시간 속으로 다시 출발한다. 엊저녁에 신세를 진 이 일대에서 가장큰 규모의 Wanda Lake 이 파아란 하늘과
아침 햇살에 가히 표현키 힘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우릴 환송해 준다. 이곳 부터는 특히 끝없이 이어지는
물의길이 계속된다.
나는 몇년간의 봉급 생활을 청산하고 33살에 작지만 나만의 사업을 시작 했다. 그리고 미국에 온 43살 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고 그리고는 사실상 일에서 손을 놓았다. 정확히 10년이다. 그 10년간 나는 일확천금을 번게 아니다.
나는 늘 어느 대기업의 총수였던 회장님의 말씀을 성경처럼 되뇌이고 산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지만 작은 부자는
절약에서 온다" 는 그분의 말씀을 충실히 따른다. 나는 다행히 하늘이 내린 사람은 아니다. 해서 작지만 남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부가 된다면 일과 그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 스트레스 에서 오는
나를 해치는 온갖 건강의 적들로 부터 벗어나 늘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 인생 후반전을 맘껏 즐기며 살고 싶어
더 이상 일을 안했을 뿐이다.
두번째 팁: 시간은 양보가 없다 "최소한 일하고 최대한 즐겨라"
Evolution Lake에서 뛰노는 송어들을 바라보며 가지고간 낚시대를 생각하며 일정상 발길을 계속 옮긴다, Lake들을
지나며 곧이어 소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에서 벗어날수 있어 다행이다, 한없이 계속 되는
Evolution Valley의 내리막길을 빠져나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Franklin Meadows 에 도착해 여장을 푼다.
침낭에 들어가 얼굴만 내밀고 바라보는 하늘의 풍경은 우리가 우주와 닿아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며 하늘의
모든 별들이 우리만을 쳐다 보는듯 온통 쏱아져 내려 얼굴이 따갑고 부끄러워 차라리 눈을 감는다.
오늘이 벌써 4일째다. 오늘은 6일치의 식량을 보내 놓았던 Muir Trail Ranch(MTR)에 들러 일용할 양식을 찾는
날이다. 다행히 이곳 구간을 지나는 트레커들은 중간에 한번의 음식 재공급을 받을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도 출발 3주전 약 20파운드의 식량을 우편으로 보냈었다. 이로인해 오늘은 7마일 정도만 걷게 되있다.
그간의 다른 날에 비하면 오늘 하루는 완전 쉬는 날이다.
Muir Trail Ranch 에서 우리가 보냈던 음식을 찾고 있는 마님
대부분의 하이커들이 이곳을 들리다 보니 이곳 저곳에서 자기들의 음식을 되찾아 정리하고 배낭을 다시 정리 하는
작업들로 바쁘다. 우리도 버켓을 찾아 음식을 쏟아놓고 보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 많은걸 우리가 보냈다고?
메고간 4일치의 식량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하지만 이런 걱정은 우리만이 아닌가 보다. Ranch 한편에 놓여 있는
많은 수의 버켓에는 트레커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음식들로 없는게 없는 식품 잡화점을 방불케 한다.
한달 이상 아니 1년을 이곳에 머물러도 굶을 이유는 전혀 없을것 같다. 우리 역시 1/3정도는 품위있게(?) 남겨 놓고 나온다.
양보 못한 한가지는 종이팩 와인(500cc) 두통뿐 이다. 물론 오늘 저녁은 찾아온 와인으로 한잔 해야 할것이다. 누가 알으랴!
이 한모금의 달콤한 와인맛을...
이곳에는 온천도 하나 있다. 물론 미국의 온천이 다, 그렇듯 웅덩이 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오는 수준이다.
세번째 팁: 트레커에게 무게는 최대의 적이다 "배불리 먹지말고 배고프지 않게 먹어라"
어제 찾은 음식을 둘러메고 5일차로 입장한다. 다소 가벼워 졌던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걸 보니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작년만 하랴.. 출발시 10일치 의 음식등을 포함해 55 파운드의 짐을 메고 다닌 그때를 생각하면 이건 장난 수준같다.
일반적으로 트레커들에게 권장되는 배낭의 무게는 자기 체중의 1/3을 넘지 않도록 권유 되고 있지만 역설적 으로
나는 짐을 많이 메는게 아니라 그 무게에 맞춰 체중을 늘려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오늘도 또 하나의 Pass를 넘어야 한다. Selden Pass(10,860 ft)다. 이번 여정중 세번째의 언덕이다.
그저 걷다보면 올라갈것이다. Muir Trail Ranch 옆의 Camp 를 출발해 다소 느린 걸음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Pass 에 도착한다. 오마이~ 갓!! 이럴수가.. 눈앞에 펼쳐진 Marie Lake의 장관에 입을 다물수가 없다.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비경이다. 존 뮤어 트레일이 특별한 이유는 이렇듯 자연을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Selden Pass 에서 바라보는 Marie Lake
경관에 흠뻑 취해 이리저리 수없이 카메라를 혹사 시키며 명품의 장관을 주워 담는다. 하지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진기가 눈만 하랴! 나는 이번 트레킹을 위해 하루 하나씩 모두 10개의 밧대리를 준비해 왔다. 거칠것 없이 찍어대도
이번엔 유난히 오래도 간다. 아마 나름대로의 장기 트레킹 경험에 의해 많이 절제되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네번째 팁: 밧데리 부족으로 찍고 싶은 장면을 놓칠때가 최악이다 "예비 밧데리는 충분하게 휴대하라"
이곳 존 뮤어 트레일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자 수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
비경을 가진 존 뮤어 트레일을 열망하지만 한 해 입산허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500~600명 정도다.
야영허가(Wilderness Permit)도 필요하다. 트레일 코스의 원하는 구간과 날짜를 신청해야만 입산이 허락된다.
트레일 신청은 입산 예정일로 부터 정확히 6개월 전에 인터넷 으로 신청 해야 한다. 신청자가 많은 인기 지역은
특히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 뮤어 트레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금까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존 뮤어 트레일은 국립공원의 관리와 더불어 이 곳을 찾는
트레커들에게도 보호를 받고 있다. 트레일은 등산로의 확장과 침식을 막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길이 나있다.
트레커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자연보호에 동참하게 된다.
Bear Creek 에서 편안한(매일 편안히 쉬지만)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이번 여정의 마지막 언덕인 Silver Pass 직전의 Pocket
Meadows 에 도착해 그동안 못다한 세탁도 하고 시원한 계곡물에 온몸의 땀도 씻는다. 처음의 언급처럼 이번 트레킹
기간 중에는 비는 염려 안해도 됨은 물론 강한 햇빛을 우선 염려해야 할정도로 너무 좋은 날씨의 연속이다.
특히 JMT 의 트레킹 구간은 대부분이 10,000 ft 전후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낮은 온도가 유지 되기 때문에 습도도 없어
아주 쾌적한 편이다. 사실 너댓새 정도는 샤워 없이도 그다지 끈끈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 였다.
다섯번째 팁: "여벌옷은 한벌씩만, 보온용 자켓과 방수용 비옷은 필수"로 챙겨라
존 뮤어 트레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과 킹스 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
세콰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 이렇게 세 곳의 국립공원 중심을 지나며 존뮤어 야생지역(John Muir Wilderness)과 앤젤 애덤스 야생지역(Ansel Adams Wilderness)을 포함하는 인요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을 통과한다. 잘 보호된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상급의 감동이 무엇일까? 지금 존 뮤어 트레일이 그 답을 말해 주고 있다.
존 뮤어 트레일의 주인공은 빙하시대를 견딘 세쿼이아 거목, 빛나는 호수 그리고 곰과 사슴이다. 이 모든 것은 국립공원
안에서 잘 보호 받고 있다.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세콰이어 숲과 요세미티 계곡을 만든 건 약 1백만 년 전 차가운 빙하였다.
빙하의 침식으로 화강암 절벽과 U자형의 계곡이 형성되었고, 빙하수가 모여들어 수천 개가 넘는 호수를 만들었단다.
현재 침엽수림 사이로 미국에서 가장 긴 폭포가 흐르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렇듯 빙하가 단단한 화강암을 깎고 다듬어 지상 최고의 조각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정부는 요세미티의 놀라운
자연 경관을 지켜야 한다는 결정과 계획에 따라 1890년 두 번째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4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총 면적은 3,079㎢로 제주도보다 두 배 가까이 넓다. 물 좋고 숲 좋고
야생 동물이 많은 이곳은 세계 다른 어떤 산악지역보다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고 있다.
오늘은 트레킹 7일차로 접어드는 날이다. 벌써 많은 날들이 이렇게 흘렀던가 새삼스러워 진다.
네번째이자 마지막 언덕인 Silver Pass 를 넘어 오랫만에 호숫가의 별장에서 하루를 지내볼 예정이다. 그동안은 대부분이
계곡과 강가에서 야영을 하다 보니 낚시한번을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 제대로 된 손맛을 볼수 있으리라.
이곳 JMT 에서는 만나는 대부분의 강과 호수 마다 신선한 자연산 송어가 많이 살고 있다. 국립공원으로부터 낚시 허가를
받으면 맑은 시냇물 속에서 유유자적 헤엄치는 송어를 직접 잡아 지정된 모닥불 싸이트 '화이어 스핏' 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예상보다 쉽게 그리고 빠른 오전 11시40분경 Silver Pass(10,895 ft)를 지나니 바로 아래에 Chief Lake 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이곳에서 손맛을 보기로 하고 호수로 곧장 직진한다. 호수에는 송어의 뛰노는 모습이 활발하다. 서너번째 던지니
한녀석이 덥썩 미끼를 문다. 그래 착하지 착해!!
Chief Lake 에서의 송어 낚시
한시간 여를 던지고 놓치고를 반복한 끝에 제법 큰 송어 일곱마리를 낚는데 성공한다. 이정도면 오늘 저녁 만찬은 생
일날이 따로 없으리라. 헌데 공교롭게도 오늘이 내 실제 생일인 8월20일 이라고 마님이 알려준다. 허허..이럴수가..
정말 생일날이 되버렸다. 깨끗히 손질을 해 쓰레기는 땅에 묻고 바로 아래쪽의 야영지로 향한다.
와인 두팩중 남은 한팩은 송어찜과 함께 생일주로 사용해 생애 최초 산상 최고의 생일 파티가 열린다.
누가 알으랴 이 야생의 맛을...!!
여섯번째 팁: 여유로운 휴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즐길꺼리를 챙겨라"
달콤한 인생 달콤한 하룻밤을 보내고 또 다시 출발이다. 오늘따라 산불로 인한 매케한 연기가 계곡과 하늘을 뒤덮고 있다.
수십년 아니 수백년 동안 자연을 지키고 인간의 생존을 도우며 함께 해온 산림들이 순간의 재로 변하고 있음을 생각 하니
타들어 가는 나무 만큼이나 마음이 쓰리고 아파온다.
일단, 오늘부터는 큰 고개도 크게 힘든곳도 통과할 곳이 없다. 그저 잘 닦여진 트레일을 따라가면서 먹고 자기만 하면 된다.
오고 가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중 혼자 걷는사람, 커플이 걷는 사람 그리고 그룹으로 걷는 사람들의 비율을 따져 본다.
매번의 경우가 다소 다르겠지만 이번의 경우로 본다면 나홀로족이 35%, 커플족이 40% 그리고 그룹팀이 25% 정도 되는것
같다. 그중 나에게 가장 눈길이 머무는 사람들은 동반자 없는 나홀로족 이다.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어서 이겠지만 얼마나 외롭고 심심하고 쓸쓸하고 또 고독감은 얼마나 클지를 생각 해본다.
덧붙여 가장 힘든 이런 경우도 없지 않으리라.. 어느 한쪽을 잃고 그 잃은 배우자를 생각하며 이 트레일을 걷는사람을
생각 해본다. 나로서는 결코 쓸데 없는 비약이고 상상이 아니다.
나는 지난2013년 늦봄의 폭설이 시애틀을 강타 하던 어느날 산행중에 아내와 함께 눈사태를 맞아 흔적도 없이 눈에
파묻혀 99%의 죽음의 문턱에서 정말 거짓말 같은 행운으로 10여분 만에 내가 나왔고 흔적 없이 사라진 나의 아내는
20여분이 넘어서야 나의 등산용 스틱에 가까스로 감지되어 겨우 이승으로 되돌아 온 잊을수 없는 생애 최악의 순간과
최고의 기쁨이 동시에 교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런 나로서는 동반자없는 나홀로 족을 보면 늘 아픈마음으로 바뀌어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이역시 트라우마 이리라.
내옆에서 누군가와 함께하고 대화하고 토닥거리는 일상의 일들이 누구 에게는 하찮고 평범한 일이겠지만 나같은 또다른
누구 에게는 예사롭게 보이지않고 예사롭게 들리질 않는다. 행복이란 녀석은 늘 뒤에 숨어있다 힘들고 외로울때만 나타난다.
이런 행복과 가까워 지고 친해 지려면 우리 삶의 뒤에 숨어 있는 행복을 항상 찾아내는 고도의 노력과 훈련이 꼭 필요하다.
일곱번째 팁: 옆에 있는 배우자가 바로 숨어 있는 그 행복의 실체이다 "있을때 잘해라"
Silver Pass 에서 함께한 내 아내 마님과(나타리아) 나(제이슨)
자연과의 교감은 긴장감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이 곳은 야생 곰의 천국이다.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해마다 수백 마리의
곰 사냥을 허가할 만큼 많은 수의 곰이 살고 있다. 야영장에는 가끔 곰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트레커들은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 올 수 있는 야생 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모든 음식물들과 비누 치약등 향료가 섞인 물품들은 반드시 밀폐용기로 된 곰통(Bear Box) 안에 보관하여 취침전 텐트에서 최소 30 ft 이상을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존 뮤어 트레일
에서 경계 해야할 존재가 모기다. 6월부터 7월 중순 까지는 야생화가 피어 아름다운 곳이지만, 모기와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반면, 8월부터는 대부분의 꽃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모기는 거의 없다. 자연에 동화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만큼 우리는 너무나 편함과 안일함을 추구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케 된다.
속절없이 흐르는 물처럼 어느덧 삼일이 더가고 오늘은 JMT 의 북쪽을 연결하는 끝지점인 Red Meadows 에 들어가게 된다.
캘리포니아주의 유명 스키장이 있는 Mammoth Lakes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Red Meadows 는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는
JMT와 PCT를 오가는 수많은 트레커 들의 터미널 역할을 하는 곳으로 분주 하기 이를데 없는 곳이다. 2012년 JMT 북쪽구역
트레킹을 이곳에서 시작해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Happy Isles 에서 끝을 낸적이 있어 낮설지 않은 곳이어서 우리에게는
정감이 더하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에 없이 한기를 넘어 추위가 느껴지며 손발이시렵다. 안하던 고생(?)을 잠간 거치는것도 가끔은
긴장을 위해 필요 하리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보따리를 챙겨 출발을 서두른다. 3.5마일만 가면 우리만의 JMT 종점이
나타난다. 1992년 번갯불로 인해 시작된 산불로 엄청난 규모의 산림이 초토화가 되버린 화재 현장을 지난다.
이번에 발생한 JMT 인근의 화재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기고 사그러 들지.. 더 걱정은 이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트레커 들의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지.. Mammoth 지역의 산자락을 보니 여전히 희뿌연 연기가 가득하다.
여전히 회색의 연기에 갇혀 질식할듯 신음하고 있는 Mammoth Lakes 주변의 산능들
추위의 재촉으로 인해 한시간 여만에 Red Meadows 에 도착 하며 남북을 연결하는 9박10일간의 JMT 트레킹을 끝낸다.
JMT의 215 miles (344 km)의 전구간은 이번을 끝으로 겨우 한번 완료 됬지만 내 맘속의 트레킹은 계속 진행형일 것이다.
또 다시 기회를 만들어 두번 세번 아니 열번이라도 다시 걷고 싶은곳 John Muir Trail 로 되돌아 올것이다.
이번 여정에는 주위에 감사할 일이 특별히 많다. Bishop 에서 South Lake 까지 Ride 를 해주신 Joan & Kurt 부부
그리고 우리부부를 위해 손수 만든 고추장 볶음에서 낚지젓갈, 깻잎장아찌 그리고 트레킹후 몸보신 하라며 용돈까지
보내주신 미주 아름다운 부부 산악회 회원들의 사랑과 온정에 허리숙여 감사 드리며 이 여행기를 그분들께 바친다.
또한 트레킹 기간중 소화제 한알 반창고 한개의 사용도 사양한 우리 둘의 몸에 대해서도 특별한 고마움과 자부심을 느낀다.
끝으로 9박10일간 내옆에서 살아 숨쉬는 숨소리를 들려주고 함께 할수 있었던 나의 아내 마님(나타리아)께 큰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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