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면 수면 유발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또 일조량이 적어지면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재조정돼 수면시간이 길어지고 특히 아침잠이 많아진다. 여기에 실내 온도를 아늑하게 유지하면 겨울은 수면 취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하지만 긴긴 겨울 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다는 것은 고역이다. 겨울철 쾌면과 산뜻한 아침을 맞기 위한 요령을 소개한다.
◆침실의 온도를 높여라=동지 섣달 긴긴 밤에 침대에서 마냥 애꿎은 양만 세고 있다면 먼저 방 안 온도를 점검한다. 겨울에 숙면을 취하기 위해선 밤새 어느 정도 난방을 해야 한다. 방 안에 냉기가 돌면 숙면은 물건너 간다.
침실 온도가 낮으면 옷을 껴입고 잔다. 면이나 모 같은 천연섬유는 체온을 보존하는 효과가 있다. 잠자리에 들기 30분 전에 미리 뜨거운 물을 담은 물병을 침구 안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침구 속으로 들어갔을 때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엔 일부러라도 외출해서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이주헌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햇볕을 쬐면 밤에 멜라토닌이 더 많이 나온다”며 “오후나 저녁 때 햇볕을 쬐는 것도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목욕으로 하루의 긴장을 풀어라=목욕·반신욕·족욕도 겨울철 불면 해소에 유효하다. 취침 한 시간 전에 몸을 15분쯤 물에 담근 뒤 잘 닦고 잠자리에 들면 잠이 스르르 밀려온다. 불면을 부르는 긴장·걱정·불안이 풀려서다. 이때 욕조의 물은 체온보다 약간 높은 것이 적당하다. 지나치게 뜨거우면 오히려 역효과다. 땀을 많이 흘려 몸이 지치게 되고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강남 숨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가볍게 목욕·샤워를 하면 잠이 잘 오는 것은 체온이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잠이 밀려오기 때문”이며, “잠들기 좋은 온도는 섭씨 20∼25도”라고 소개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셔라=서양의 민간에선 잠을 못 이루는 사람에게 ‘잠자기 전에 따끈하게 데운 우유 한 잔에 꿀을 타서 마시라’고 권한다. 우유에 숙면을 돕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듬뿍 들어있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된다. 세로토닌은 사랑·행복의 감정을 안겨주고, 심신을 안정시켜 ‘몸 안의 수면제’로 통하는데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엔 분비가 줄어든다.
트립토판은 닭고기·돼지고기·오리고기·생선·치즈 등에도 들어있으나 우유 외엔 밤에 먹기엔 부담스럽다. 우유를 대신할 트립토판 공급원으론 바나나·무화과·김 등이 추천된다.
자기 전엔 커피·홍차·녹차·초콜릿·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담배는 피하는 게 좋다. 각성 효과가 있어서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는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며 “자다가 요의(尿意)를 느껴 중간에 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 과식하는 것은 피하되 위가 너무 비어 있어도 곤란하다. 빈 속에 자면 혈당이 떨어져 밤새 몸을 뒤척이고, 식은땀이 난다. 양상추·바나나·샌드위치 등 트립토판이 풍부한 식품으로 간단히 속을 채우는 것이 좋다.
◆민간요법을 활용해라=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서양에선 수면제 대신 발레리안(서양 쥐오줌풀)을 처방한다. 잠들기 30분∼1시간 전에 400∼800㎎을 복용하거나 차로 달여 마신다. 이 허브는 다음 날 졸리는 증상이 없고 집중력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수면제와 달리 의존성이 없 다.
아기처럼 가슴 대신 배로 숨을 쉬는 복식 호흡도 숙면을 돕는다.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깊고 고르게 숨을 쉬면 복식호흡과 비슷한 효과를 얻게 된다. 이때 그날 겪은 일·기쁨·근심·시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한밤중에 깨어나도 이런 호흡을 반복한다.
라벤더·캐모마일·네롤리 등 긴장을 풀어주는 아로마 오일 한두 방울을 손수건에 떨어뜨린 뒤 베개 주변에 놓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숙면 유도법이다. 발마사지도 잠이라는 ‘귀한 손님’을 모셔온다. 보채는 아이의 발을 가볍게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달랠 수 있는데 이것이 발마사지(리플렉솔로지)의 기본 원리다. 손가락과 엄지를 이용해 수면을 관장하는 부위를 지압하면 된다.